여기 알이 하나 있다.
닭장에서 공장처럼 대량으로 나오는 계란이 아니고,
시골농가 어디선가 닭이 아침에 낳은 알 혹은
깊은 산 어느 나뭇가지 위에 둥지를 튼 새가 낳은 알 같은 것 말이다.
그 알속의 생명은 알 밖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두렵다.
지속적으로 꿈틀대는 생명의 움직임이 버겁기도 하다.
두려움과 버거움은 점차 다른 색을 입어간다.
때론 귀찮다고 치부해 버리기도 하고,
삶의 무상함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노력해도 안된다고 하고,
마치 이 알속의 세상이 전부인양 살아가기도 한다.
결국 알 밖의 세상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알 속의 생명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언젠가 알 속에서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죽음의 순간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생명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이 순간을 결정하는 것은 외부 요인이 강력하게 작용한다.
사냥꾼에게 알이 발견될 수도 있고,
다른 새들에게 발견되어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위험의 요소들이 온 사방에 널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알 속에서도 밖의 일은 자세히 모르지만, 근원적인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외부 요인은 알 속에서는 통제가 불가하다.
그러니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와도, 내려놓아야 한다.
걱정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알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알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가장 먼저는 생명의 의식을 갖고, 자신을 키워가야 한다.
알속의 영양분과 알을 품어서 전해지는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의 의식이 형태를 갖추어가고, 알 밖으로 나갈 준비가 되었다면,
열심히 부리로 알 내부의 껍질을 깨부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자신을 보호해 주고, 감싸주었던 알의 껍질이지만,
이제는 그것을 부수어야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지금 나 자신을 감싸고 있는 알의 껍질은 무엇인가?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깨줄 것이라는 헛된 기대는 내려놓자.
결국은 자신이 깨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훨훨 날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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