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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어느 때보다 반가운 비가 아닐 수 없다.
예전에는 이맘때쯤에 장마가 시작되었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장마철이라는 시기가 흐릿해지는 듯하다.
6월에는 비가 흠뻑 내리고, 7월부터 더워지기 시작해서, 8월에 절정을 이루는데,
이제는 6월에도 덥고, 7월에도 덥고, 8월에도 덥다.
아열대성 기후로 변모해가는 듯하다.
아무튼 오늘은 비가 내린다.
흠뻑 내렸으면 좋겠다.
또 너무 비가 많이 와서 대비를 못했다는 둥, 그런 얘기나 나오지 말자.
비 오는 거릴 걸었어~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비 오는 여름 거리를 걸어갔던 고등학교 시절의 장면이 잠시 스쳐 지나간다.
그때는 뭐가 또 그리 힘들었는지.
항상 불안했고, 항상 어려웠고, 항상 힘들었다.
지금까지는.
하지만 이제 아니다.
물론, 과거의 습관들이 올라오려고 할 때가 있지만,
자연스럽게 풀어주려고 한다.
내리는 비에 모든 것을 씻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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