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여름에는 추억이 많다. 비가 많이 와서 그랬던 것인지? 혹은 오늘 비가 내리니까 그런 것인지? 는 모른다. 학창 시절의 기억도 떠오르고, 군 복무 시절의 기억도 떠오른다. 아무튼 이런저런 기억들이 떠오른다. 모두 소중한 추억이고, 인생의 한 조각들이다. 앞으로도 그런 추억들이 엄청나게 많이 생기겠지만...
대학로를 자주 갔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따라 대학로에 처음 가보았다. 그곳에서 동아리 활동도 하고,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되었다. 그 첫 기억이 고등학교 2학년쯤일 것이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문화가 열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인생이 참 많이 변했다. 자칫 완전하게 미끄러져 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랬더라도 인생이니까... 지금은 연락도 안 되는 친구들을 매일 만났고, 어린 친구들이 인생에 대해 논했고, 사랑에 대해 논했다. 지금은 모두 아저씨들이 되었을 것이고, 애 엄마가 되어있을 친구들... 그립구나.
사랑은 한 순간이다.
이쯤 되면 크고 작은 러브스토리들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역시 한 여학생에게 빠져 그 누구보다 애타는 여름을 보냈으니 말이다. 그 친구에게 마지막으로 연락 온 것이 20년 전쯤이고, 그때 결혼한다고 했으니, 와~ 지금은 서로를 위해 안 보는 편이 좋겠다. 아무튼 그때는 한순간에 사랑에 빠져 모든 시선과 신경이 그 친구에게 향했었던 시절이었다.
그날도 비가 내렸다.
아마도 처음 그 친구에게 고백을 하고 차였던 날이 아닌가 싶다. 여름방학이었고, 이른 아침이었다. 대학로 거리에서는 비 오는 거릴 걸었어라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것이 당시에 그 노랫소리가 정말 크게 들렸다. 대학로가 작은 거리가 아닌데, 그 거리를 온통 뒤덮을 정도로 말이다. 그때는 길보드 차트라는 노점들이 있었다. 카세트테이프를 불법으로 복제해서 판매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 사람들이 튼 음악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그것도 낭만이었는데 말이다.
이제는 추억이다.
아마 그 친구와는 가을을 지나고, 겨울쯤에 잠시 사귀었던 것 같다. 그리고 처음에 그 친구가 거절했던 답이 맞았다. 사귀게 되면, 친구 관계가 깨지기 마련이다. 만약 친구로 남았다면, 서로 지금까지 연락하고 살았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서로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서울에 사람이 많긴 많은가 보다.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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