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의욕이 없는 날이 있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고, 재미있는 일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고, 할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기운도 없는 그런 날 말이다. 이런 날이 주말이나 휴가에 걸리면 큰 문제가 없다. 그저 본인이 뒹굴거리다가 끝내면 될 일이다. 하지만, 이런 날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거나, 실제 일을 해야 할 때도 이런 날들이 발생한다면 참 힘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일을 할 때는 그나마 괜찮을 것이다. 요즘은 이른바 "소울 리스좌"란 것도 있지 아니한가? 영혼 없이 기계적으로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리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이 그런날이다.
나에게는 오늘이 그런 날인 듯하다. 걸려들었다. 물론 지금은 나에게 휴가를 부여하고 있는 날들이다. 그럼에도 나는 할 일이 참 많다. 뭔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한 병에 걸렸었나 보다. 그래서 무언가 계속하게 된다. 무언가 할 일들을 자꾸 만들어낸다. 그런데 오늘 이런 날이 걸렸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이런날이 걸린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기하의 노랫말처럼 [가만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이 가사 그대로이다. 지금은 좀 가만있을 타이밍이다. 그런데 자꾸 뭘 그렇게 하려고 하는지.
그래서 오늘이 선물이다.
그렇다. 오늘은 나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어쩌면 오늘을 경험하고자 지금까지 인생의 모든 일들을 경험했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단 오늘 하루 때문에 말이다. 그냥 지나가는 하루는 없다. 그렇다고 느낄 뿐이다. 오늘은 나에게 선물이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선물이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그저 자유이다. 무언가 조금 하고 싶다면, 해도 된다. 그것도 자유이다. 그 누구도 판단하지 않고, 효용성을 재지 않는다. 나 자신조차 말이다. 그것이 나에게 주는 오늘이라는 선물이다. 결국 아무 의욕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오늘 하루는 나에게 완벽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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