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으면 기분 나쁜 말이 있다.
가장 듣기 싫은 말 중의 하나가 "뭐래~"이다. 이것을 처음 들었던 시기는 아마도 군대를 제대하고, 교회에서 중학교 학생에게서 들은 것 같다. 착한 아이였는데, 그 또래의 문화가 그렇듯이 약간 껄렁한 느낌이었다. 여학생이었는데, 마치 깻잎소녀를 연상시키는 스타일을 갖추었다. 아마도 그 아이에게 처음으로 들었던 대사 같다. 그 아이도 지금은 성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가 좋다. 그런데, 왜 "뭐래~"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쁠까?
변형된 대사도 있다.
"뭐라는 거야?"이다. 분명 알아들었다. 그런데, 듣기 싫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싫다는 것이다. 강한 반대의 의사 표현이다. 이 대사를 들으면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말이다. 때론 납득을, 설득을 시켜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차라리 괜찮다. 정말 이해를 못 한 상황은 괜찮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강한 공격성의 반응이다.
하지만 끝판왕은 "어쩔티비~"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된다. "어쩔티비~"는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일단은 누군가 실제적으로 나에게 이런 대사를 날린 사람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것은 기분이 나쁘지 않다. 약간 웃긴다. 누군가 정말 어쩔티비라는 대사를 날리면, "저쩔티비~"로 응수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재미있다.
모든 것은 어감이다.
같은 용어, 같은 어구, 그 어떤 것이든 그 자체의 용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감이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도식이다. 이것을 스키마라고 한다. 나 자신의 세상과 사람에 대한 스키마. 이것이 바뀌면, 세상에 대한 나의 반응과 감정도 변화된다. 또 이것이 바뀌면, 이 세상을 향해 나오는 결과물들도 바뀌게 된다. 모든 것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니 세상에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에 대한 나 자신의 반응 자체가 즉, 스키마에 따라서 결과 또한 다른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어쩔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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