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향로봉 대슬랩을 아는가?
수락산은 정말 많이 다녔다. 정말이다. 상대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마당바위에서 오르는 코스는 초보자가 오르기에 안성맞춤이다. 정상까지 오르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지금은 마당바위 입구에 계곡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예전에는 계곡 식당들이 있어서 많이 찾았다. 아무튼 정말 많이 가본 산 중의 하나이다. 혼자 산을 올라 정상까지 가본 첫 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직 안 가본 미개척지가 있었다. 그중의 한 곳이 향로봉 대슬랩이다.
슬랩 구간이란 것이 있었다.
슬랩은 경사가 70도 이하인 바위 구간을 말한다고 한다. 말이 70도이지, 그 정도면 스키장 아닌가? 아무튼 이하니까, 15도쯤 되어도 슬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3~40도 정도의 경사가 주류를 이루는 것 같다. 한번 이 개념이 들어오니 온통 슬랩 구간만 보인다. 수락산 향로봉 대슬랩 구간, 불암산 영신 슬랩, 북한산은 또 얼마나 많을까? 아무튼 어제 다녀온 향로봉 대슬랩 구간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 슬랩 구간을 가면 뒤따라 올라볼 기회가 있었을텐데 말이다. 어제는 비도 오락가락하고, 산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덕분에 향로봉에서 소리 바위까지 내려와서 슬랩 구간을 잠깐 체험해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래서 무엇이든 선배와 선생님들이 존재하는 것인가 보다. 또 하나 배우게 된다. 확실히 이 구간은 선행자의 리드에 따라가는 것이 맞다. 북한산 비봉이나 도봉산 Y계곡과 같이 호기로 도전할 수 있는 구간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정확한 루트를 알아야 한다. 수락산 기차바위의 경우도 줄이 있을 때 한번, 그리고 줄이 끊어진 이후에도 맨몸으로 내려간 적이 있는데, 그것은 루트가 확실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저 덤벼들었다가, 그날 저녁 뉴스에 나올지도 모른다.
아무튼 산은 넓다.
그러니 100대 명산 인증도 좋지만, 숨가쁘게 인증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북한산 도선사 입구에 주차를 하고, 1시간 남짓 등산해서 백운대를 찍고, 북한산 인증을 완료하고, 북한산에 가봤다고 으스대는 것은 참 웃픈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비단 등산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얼마나 많이 벌어지고 있는가? 넓은 산을 경험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금 겸손함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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