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잡채 호떡

며칠 전 남대문에 다녀왔다.

근처 종각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가

자연스럽게 발길이 남대문방향으로 향하였다.

오랜만에 남대문에서 밥도 먹고살 것이 있나 둘러볼 목적이다.

 

남대문시장 북창동 방향 입구에는 유명하고, 오래된 호떡집이 있다.

호떡 내용물이 일종의 잡채이다.

당면과 야채가 섞여있고,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 나온다.

그것에 양념된 간장을 발라준다.

바삭하고 쫀득하면서 짭짤한 것이 꽤 맛이 있다.

 

그곳에서 명동방향으로 대로를 향해 조금 내려가면

비슷한 호떡집이 하나 더 있는데,

그 호떡집과 붙어있는 상가에 불이 났다.

내가 간 날에는 거의 타서 완전 폐허가 되었다.

딱 그 건물만 모두 탔다. 단층 건물인데 말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호떡이 하나 먹고 싶은 마음에 발길을 나섰는데,

평소보다 줄이 길어도 너무 길다.

평일 대낮에 호떡 하나 먹자고 줄을 저렇게 길게 서있다니...

아마 나 또한 동행이 있었다면, 줄을 섰을지도 모른다.

그 또한 하나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혼자 갔고, 사실 큰 미련도 없어서 남대문 시장 안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래도 조금 아쉬운 마음과 이제 막 올라오는 허기짐이 느껴지는 찰나,

바로 옆에 못 보던 호떡 노점이 하나 더 생겼다.

지금 생각해 보니 불난 호떡집이 임시로 옮긴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고서는 남대문시장같이 치열한 곳에

원조 호떡집 옆에 어찌 또 똑같은 호떡 노점이 생길 수 있겠는가?

 

아무튼 그런 사정은 잘 모르지만,

다행히 그 노점 앞에는 두어 명의 손님만이 있을 뿐이다.

손님들 뒤에 잠시 서 있으니, 호떡 굽느라 바쁘신 와중에도 사장님이

인사를 한다. 

 

잡채 호떡 하나에 1500원이다. 

주문하자마자 종이컵에 호떡을 넣어서 간장을 발라주신다.

 

한입 먹어보니,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원조보다 딱 4배 정도 맛있다.

갓 튀겨서 나온 것이라 그런가? 정말 맛있다.

조만간 이곳도 줄을 서겠지만, 원조보다는 덜 붐빌 것이다.

사람의 심리가 그렇다.

원조를 차지하고 나면,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큰일이다. 

계속 호떡 생각이 난다. 

아마 내일은 주말이라 사람이 더 많겠지?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못 간다.

그냥 비슷하게 집에서 군만두를 튀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