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횡종주를 다녀왔다.
사실 거창하게 종주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럼에도 작은 산 두어 개를 이은 것도 종주라 표현하니, 북한산의 다양한 봉우리들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일정은 종주라 할만하다. 아무튼 할만하다. 처음에는 엄청 힘들었는데, 이 또한 몇 번 다니다 보니 그럭저럭 할만하다. 물론 무릎과 발바닥의 통증은 보너스로 가져오지만, 예전처럼 산 하나만 타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데, 그런 면에서 북한산은 최고의 놀이터이다.
시작은 불광역이다.
불광역은 말만 들어봤지 거의 처음 가봤다고 할 수 있다. 생소한 동네이다. 그런데 이제 제법 눈에 들어온다. 모든게 북한산 덕분이다. 불광역 8번 출구 빽다방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대호아파트로 향한다. 그곳이 들머리이다. 대호아파트 옆 언덕길을 조금 오르면, 바로 산길이 시작된다. 대호 아파트 사람들도 이 길을 자주 오를까? 모를 일이다. 아무튼 초반 족두리봉까지는 꽤 가파른 암릉길과 경사진 산길을 올라야 한다. 고도를 빠르게 올린다. 이 또한 이 코스의 재미이다. 초장에 힘을 빼놓는다. 그리고 금방 조망이 좋아진다. 족두리봉을 지나면, 향로봉이다. 이곳도 은근히 힘들다. 깔딱 고개가 있다. 길을 잘못 들면, 비 탐방으로 빠지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두어 번 다녀보니 이제 길을 조금은 알 것 같다. 향로봉을 지나서 비봉까지는 수월하다. 이제 비봉의 코뿔소 바위와 진흥왕 순수비를 보고, 사모바위까지 간다. 그리고 승가봉을 지나, 또 한 번의 깔딱 이 나오는데, 문수봉 오르는 길이다. 이곳이 왜 도봉산 Y계곡만큼 유명하지 않은지 알 길은 없다. 개인적으로 Y계곡보다 재미있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더 힘들어서 그런 듯하다. 그래도 힘든 만큼 조망은 훨씬 좋다. 다들 꼭 한 번씩 가보면 좋겠다. 그렇게 문수봉을 지나면, 또 오르락내리락 성문들을 몇 군데 지난다. 대남문, 용암문, 대성문 등을 지나서 백운대로 향한다. 그래도 평지도 꽤 나온다. 덕분에 숨을 고를 수 있다. 도시락을 싸서 놀러 가면 참 좋겠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곳곳에 도시락판이 벌어진다. 술판도 간혹 보인다. 그래도 산에 오는 사람들이 조금은 낫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백운대에 오른다.
백운대를 오르는 코스도 꽤 많다. 가장 짧은 도선사에서부터, 숨은벽을 통해 오를 수도 있고, 북한산성 탐방 지원센터에서 평범한 산길을 유유자적 오를 수도 있다. 그런 길을 불광역에서부터 오르면, 백운대의 감동이 다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인간은 쉽게 얻는 것에는 큰 감동이 없나 보다. 아무튼 어떤 길로 오르든 백운대의 감동은 그때그때마다 크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가장 감동적인 코스는 역시나 불광역에서부터 오르는 코스이다. 매번 좋다. 덕분에 북한산 백운대는 언제나 인기 있는 등산코스이다. 어떤 곳으로 올라오든 말이다. 그렇게 백운대를 끝으로 하산한다. 하산길은 역시나 최단코스가 좋다. 성문 종주 때는 굳이 백운대에 올라와서 원효봉 쪽으로 하산했는데, 이번에는 도선사로 하산한다. 도선사에서부터 우이역까지도 제법 걸어가야 한다. 그래도 하산길은 발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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