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토요일 아침이다.
토요일이라는 것이 그렇다. 태생적으로 기분이 좋은 요일이다. 직장인이라면, 금요일까지의 힘든 일과를 끝내고 한적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주말의 첫 시간이다. 자영업자라면, 주말 매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학생들도, 공무원들도, 교사들, 그 외에도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기분 좋을 수 있는 요일이다. 토요일이라는 것이 그렇다. 물론 노래는 [토요일 밤에]를 더 선호하긴 한다. 아무튼 토요일은 토요일이 아닌가?
이런 날에도 기분이 안 좋을 수 있다.
기분이라는 것이 그렇다. 아무리 상황이 좋아도 기분은 안 좋을 수 있다. 남들은 축제 속에서 환희로 가득 찬 현장에서도 나 혼자만은 마음의 지옥 속에서 허우적거릴 수도 있다.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부로부터 오는 환경적인 변화와 요인들로 인해 기분이 결정된다. 그러니 가정에 중대한 일이 생겼을 때, 가족 중 누군가 아플 때,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혹은 반대로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가 삐그덕거릴 때, 집안에서 편안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들은 처음에는 우리의 시야를 사로잡는다. 그리고 점점 우리의 주의와 마음을 빼앗아간다. 그 덕분에 우리가 전전긍긍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초조하고, 불안하고,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면, 그것들이 완전히 우리의 마음을 점령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육체적인 변화까지도 통제하려고 한다.
모든 것은 기억이다.
우리 마음을 좌우하는 것의 대부분이 그렇다. 그것이 의식적인 기억이든, 무의식적인 기억이든 말이다. 그러니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무언가 진행중이라 할지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들은 모두 나의 기억 속에서만 흘러가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분명히 그 대상은 나를 무시하는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 그것을 표현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저 우리의 기억 속에서이다. 무시하는 행동과 말은 상당히 짧은 순간에 일어난다. 어떤 이들은 그 자체를 담아두지 않는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 중 대부분은 그것을 담아둔다. 이 제목을 보고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의 반증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기억을 담아둔 우리들은 그것에 감정들을 싣기 시작한다. 아무 힘도 없던 기억은 감정의 에너지를 받고, 또 다른 과거의 증거들을 소환해온다. 그 증거의 기억들은 역시나 혼자 오지 않는다. 당시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동반해온다. 의식에서의 기억 소환은 무의식적인 반응까지도 끌어온다.
가장 확실한 해결은 지금-여기이다.
주의를 돌리자. 지금 이곳으로 말이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다만, 기억속에서만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을 뿐이다. 그 재생의 테이프가 돌아가는 것까지 막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것을 한발 뒤에서 관람할 수는 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실어서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는 것이다. 아주 오래된 기억들은 그렇게 감정을 싣지 않고 바라볼 수 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에 친구와 싸운 기억이 있는가? 흐릿하게 그 장면이 생각날 수는 있지만, 싸운 이유까지 생각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오래된 기억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감정은 기억보다 더 강하게 남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흐릿할 것이다. 그렇듯이 최근의 기억과 감정들도 더 흐리게 바라보도록 하자. 우리 자신이 90대 노인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때 이 기억을 되살린다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90대에도 분노하여 지팡이를 내던질 것인가? 인생의 끝자락에서는 대부분 이해가 되지 않을까? 아무튼 거기까지 안 가도 된다. 그저 지금-여기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몰아올 수 있도록 우리의 주의를 현재에 집중해보자. 이것은 상당한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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