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는 시장도 한산하다.
물론, 추석 당일에 한해서이다. 그 전날에는 초절정 대목이다. 그리고 추석날과 그다음 날까지는 조금 한산하다. 사람들의 밀물과 썰물은 바닷물과 같이 정확하다. 그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날이 추석처럼 많지는 않지만. 아무튼 안양중앙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추석날의 시장은 무척이나 한산하다. 절반 이상의 상인들도 추석 명절을 보내러 쉰다. 그러니 더욱 한산하다. 평소 방문했던 때와는 다르다. 평일에도, 주말에도, 항상 붐비던 시장인데 말이다.
그곳에서 몇가지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 본다.
가장 먼저는 내가 좋아하는 김밥이다. 안양중앙시장은 김밥 골목이 따로 있을 정도로 김밥이 유명하다. 특 김밥으로 먼저 빈속을 채워본다. 역시는 역시이다. 이곳 김밥은 맛있다. 특 김밥이 2500원이다. 요즘은 이런 가격도 드물다. 김밥이 따뜻해서 더 좋다. 평소 다른 김밥들은 단무지와 함께 먹어야 하는데, 이곳 김밥은 김밥만으로도 충분하다. 맛있다. 너무 좋다. 다음은 녹두전이다. 광장시장 녹두전은 5천 원인데, 이곳은 6천 원이다. 그런데, 일반 녹두전이 아니고, 고기 녹두전이라고 적혀 있다. (고기)의 값이 1천 원을 더하는가 보다. 크기도 비슷한 것을 보면 말이다. 아무튼 먹어본다. 역시 맛있다. 놀라울 정도로 맛있다. 광장시장보다 유명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광장시장 녹두전은 뭐랄까? 후천적 조건형성에 의해 길들여진 맛이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다보니 항상 시장을 갈때마다 먹어서 내 입맛이 길들여진 것이라면, 이곳은 그냥 맛있다. 놀랍다. 이런 맛은 조만간 TV에 나와야 하는것 아닌가? 혹은 이미 방영되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뭐 이렇게 놀라운 것이 많은가?
그럼에도 하이라이트는 감자전이다.
일단 가격이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감자전 1장의 가격이 3천 원이다. 가평 막국수 집에서 얇디얇은 감자전이 1만원이었던가? 북한산 혹은 수도권 유명 산자락에서 허름한 산장에서 구워주던 감자전이 양심적으로 7천원이었던가? 최근까지 감자전의 최고라고 생각했던, 속초 중앙시장 감자전이 5천원이었던가? 아무튼 감자전은 비싼음식이다. 그런데 3천원이라니? 두 눈을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2000년 초반 이후 맥도날드 맥런치 3천원의 가격이 영원히 추억으로 박제된 이 시기에 3천원에 한끼의 외식메뉴가 있다는 것도 놀랍다. 아무튼 놀라움 투성이다. 의심의 마음은 가라앉히고 일단 노점 테이블에 착석해서 감자전을 주문해본다. 주문 즉시 전을 굽기 시작한다. 그런데 모양이 특이하다. 흔히 감자전이면, 그냥 전이다. 감자를 갈아서 기름에 튀기듯이 부치는 것을 연상한다. 그런데, 이건 감자채가 반죽과 어울어져 부쳐지고 있다. 그렇지...역시나 그렇지...저렴한 가격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감자를 가는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강판에 갈아야 맛이 좋다. 믹서기에 갈아서 쓰기도 하는데, 강판에 갈아야 식감이 좋다. 그런데, 감자채를 구워서 감자전이라니...? 아무튼 가격은 3천원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은 맛이다. 이것이 감자전이 하이라이트인 이유이다. 감자채를 감싼 반죽이 감자를 간 것인지, 부침가루인지 모르겠다. 확실히 밀가루는 아니다. 식감과 맛이 다르다. 완벽한 감자전이다. 이미 완벽한 감자전에 감자채가 추가된 것이다. 평소 패스트푸드점에서 갓 튀겨 나온 감자튀김을 좋아하는데, 이것은 그것에 비할바가 아니다. 완벽한 감자이다. 이것이 3천 원? 이 사장님은 최소 안양에 건물 서너 채는 소유하고 계실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마케팅 능력이 완전 꽝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후자의 경우 같다. 추석 당일에도 영업을 하시고, 표정도 그리 밝지 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아무튼 그런 사장님과는 별개로 나는 아주 빠른 시일 내에 이곳을 다시 방문할 것이다. 최소 1주일에 한 번은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밥, 고기 녹두전, 감자전 모두 합쳐서 11,500원이다. 무조건 다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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