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용마산으로 간다.
이른바 용마산 산세권이다. 집 앞에서 용마산 정상까지 1시간 30분 내외의 거리이다. 그 멀지 않은 길도 처음 오르는 것에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 최초의 한번 이후로는 종종 오를 수 있다. 모든 도전이라는 것이 그러하지 아니한가. 처음이 힘들고, 처음이 낯설고, 처음이 두렵다. 그것이 두 번째가 되면 경험이 되고, 그 이후로는 일상이 되고, 또 실력이 된다. 물론 처음이 주는 설렘이 있다. 그것은 처음에만 느껴볼 수 있는 감정의 에너지이다. 그러다 보니 모든 처음의 감정만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것이 좋다라고는 판단하지 않는다.
아무튼 오늘은 용마산이다.
그리 높지 않고, 힘들지 않은 산이다. 그럼에도 또 산행중에는 힘들 것이다. 산이란 것이 그렇다. 아무리 높은 산도 의지가 있다면 오를 수 있다. 물론 기초 체력이 있어야 의지도 생기는 것이다. 몸과 마음은 절대적으로 함께라고 보기도 힘들지만, 절대적으로 분리하기도 힘든 개체이다. 아무튼 의지가 더 중요하기는 하다. 그렇기에 아무리 낮은 산도 의지가 없다면 오를 수 없다. 그리고 모두 자신만의 깔딱 고개를 갖고 있다. 그러니 오늘의 산행은 어렵지 않으나, 또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올라가는 것이다. 산은 항상 그렇게 오른다. 똑같은 산을 올라도, 매번 똑같은 것은 아니다.
공기가 다르다.
기온이 갑자기 내려간 날이다. 선선하다. 정말 가을의 느낌이 든다. 매년 가을이 참 반갑다. 선선한 바람과 공기가 상쾌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모든 감각으로 느끼기 좋은 곳이 산이다. 산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더 실감하게 된다. 산에 오르려는 준비만으로도 더 감각이 예민해진다. 살아있는 기분을 더 느끼게 된다. 매번 같은 산이라도 또 설레임을 안고 올라간다. 푸른 하늘, 시원한 바람, 아직은 푸르지만, 조금씩 노랗고 붉게 물들어가는 나뭇잎들을 보고 느끼게 된다. 등산이란 그런 것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산세권에 살고 있다. 한 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는 산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산을 오르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나처럼 한 시간 반이 10년을 넘게 지체될 수도 있다. 또 산을 오른다고 모두가 같은 것을 느끼지는 않는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선물은 다 다를 것이다. 다만, 그것이 선물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산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고, 우리 모두는 선물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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